미국인들은 작별하면서 “have a nice day”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우리의 인사말도 좀 더 여유가 있고 부드러워졌다. ‘수고하십시오’라는 말 대신 즐거운 하루가 돼라는 인사가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물론 즐거우라고 해서 즐거워지거나 즐거운 하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을 때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 행복을 긍정하려는 여유가 생긴다.

주고받는 인사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즐거움을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즐거움을 추구한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퇴폐적이거나 반사회적인 방법으로 즐거움을 찾는데 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하게 할 일이 없는 일부 중년 여인들이 시간과 돈을 물 쓰듯 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즐거운 삶이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충만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 밀려오는 공허까지 메워지는 즐거움은 아닐 것이다.

내 주위에는 바쁜 가운데서도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봉사하며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 도서관에서 조용하게 봉사하는 어머니들의 진실한 모습은 그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꺼워지게 한다.

추천 도서를 읽은 꼬맹이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따뜻한 눈빛은 어떤 보석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그리고 소외 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서 공연하는 인형극 팀의 열정. 토요일 아침 독후 활동을 지도하기 위해 일 주일 내내 토론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 팀의 부지런함. 아이들이 즐겁게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연필로 다듬고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느라 몰입하는 전시 팀의 진지한 모습들은 스스로의 충만한 즐거움이 아니면 실현하기 어려운 진실이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인정하여 크게 빛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하고 깊은 사랑이 겉으로 배어나오는 것이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는 허무하고 슬픈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면 그 허무를 껴안고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즐거운 하루가 돼라는 인사를 받을 때 그것은 ‘이웃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십시오’라는 제안이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경남신문-2006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