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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궈가는 진해 인형극단 '미라클' 연습 현장
주성희 기자 | 2024.03.11
몇 해 전 활동을 멈췄던 진해 인형극단 '미라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홍진 진해기적의도서관 관장과
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주민자치회가 만든 '덕산 할범 시니어(senior) 동극단', 진해 극단 '동그라미'가 뭉친 결과다.
여기에 꿈자람사회적협동조합과 진해동부공동육아나눔터도 힘을 보탰다.
미라클 구성원들은 연극을 배우면서 동네 공동체 형성과 세대 간 돌봄을 실천하려 한다. 지난 6일 이들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 호흡과 쉼 배우며 기적 꿈꾼다 =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큰모임방(강당).
미라클 극단 단원들이 열심히 몸을 풀고 있다. 이날 지역에서 오랫동안 연극을 한 김수희·서용수 배우가 이들에게
몸풀기와 긴장하기, 이완하기 등을 가르쳤다. 대사보다는 무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에 관한 훈련이었다.
김수희 배우는 "잘하려고 할 필요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면 된다"고 요령을 설명했다.
이날 연습에는 11명이 참석했다. 진해기적의도서관이 만든 극단 '미라클'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극단 구성원은 올해 아흔을 넘겼거나 앞둔 지역 어르신들이 중심이지만, 이날은 다들 몸이 아파서 오지 못했다고 한다.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만든 극단 '미라클'은 김수희, 서용수 배우에게 연극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우게 된다. /주성희 기자
이어 단원들은 지난 시간에 받은 대본을 들었다.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가 쓴 <우리 읍내(Our Town)>의 일부다.
주고받는 대사가 열 줄을 넘지 않지만, 단원들은 서 배우의 지도에 따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았다.
서 배우는 "호흡인지, 대사인지 알려면 '쉼'을 살려 그림(상상)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 중에 어린이책스토리텔러(동화구연지도사)나 어린이책놀이지도사서가 많아 설명을 쉽게 이해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공간과 대화하는 대상, 관객을 인식하는 방법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박선려(40·창원시 진해구) 씨는 "연극은 말로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사로 상황을 상상해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서 배우는 "연극을 어릴 때부터 체험해 보지 않으면, 결국엔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예술이 된다"면서 "거창연극학교 교장이
되기 전 4년 정도 연극인생학교를 운영하면서 생활연극 활성화를 꾀했는데, 극단 미라클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배우는 "단원들이 연극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할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만든 극단 '미라클'은 김수희, 서용수 배우에게 연극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우게 된다. /주성희 기자
◇ 여러 움직임이 모여 만든 극단 '미라클' = 극단 미라클은 동화 읽어주기, 연극과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둔
개인과 단체가 하나둘 모여 만들어지게 됐다. 황보경옥(59·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씨는 지역아동센터 북극성에서
책 부모 활동을 1년간 했다. 이후 어른에게도 읽어드리자는 생각에 '책 며느리'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덕산동 주민자치회에서 어르신, 아이들 돌봄을 목적으로 한 동극단 '할범'에도 참여했다. 그때 황보 씨가
'할범'에서 만난 이가 이정안(53) ㈔한국동화구연지도사협회 경남지회장이었다.
이 지회장은 진해 덕산 시니어 동극단 할범 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동화책 읽기를 수업하고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힘썼다.
그는 "동극단에 처음 참여하던 어르신들은 수업이나 동화구연을 익숙해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황보 씨는 "노년이 됐지만 사회에서 활동하며 결과물을 내고 이를 자녀에게 선보이면서
자부심이 생긴 듯하다"고 덧붙였다.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만든 극단 '미라클'은 김수희, 서용수 배우에게 연극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우게 된다. /주성희 기자
꿈자람사회적협동조합, 진해기적의도서관, 진해 동부 공동육아 나눔터가 뭉쳐 만든 '극단 동그라미' 또한 미라클의 주축이다.
이들은 지난해 동극단 할범과 '창원시 공동체 활동 지원 공모사업'으로 함께했다. 특히 극단 동그라미 소속 동화구연지도사와
어린이책놀이지도사 강사들이 미라클에 참여하면서 숨겨진 끼를 발산하고 있다.
주 관장은 "이전에 미라클 인형극단이 5~6년간 활동하다가 중단한 상태였다"라면서 "2020년부터 꿈자람사회적협동조합이
진해기적의도서관 운영을 수탁하면서 미라클을 부활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단 미라클은 9월 독서의 달 행사, 12월 도서관 개관기념식에 맞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