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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 여성운동 대모(代母), 어린이 도서관에 빠졌다(조선일보 08-05-11/일)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8.05.13.
조회수
8,226
한국 여성운동 대모(代母), 어린이 도서관에 빠졌다(조선일보 08-05-11/일)
 

한국 여성운동 대모(代母), 어린이 도서관에 빠졌다




뒷산은 온통 초록이었다. 진해시를 다정하게 감싸 안고 내려다보는 석동 언덕바지, 붉은 벽돌로 지은 '진해 기적의 도서관' 열람실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책을 읽고 있던 아이들과 엄마들이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代母)' 이효재(84·사진)씨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6년 전 진해시를 설득해 도서관 부지를 얻어내는 등 설립을 주도했던 그는 지금 도서관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급진적 여성 운동가·이론가로 이름난 그가 어린이 도서관에 힘 쏟는 모습은 남다른 변신이다. 1957년, 일제 시대 고황경 박사 이후 처음 여성으로 사회학 박사가 되어 귀국한 그는 195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창립했고 1977년에는 한국 최초로 대학에 여성학 강좌를 개설했다.




1987년 여성 민우회, 여성단체연합을 설립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정신대 대책협의회' 창립을 주도했던 그는 97년부터 어머니 고향인 진해에 살고 있다. 14일 이화여대 사회학과 창설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여성과 사회학' 특별 강연을 맡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서는 그를 미리 만나 여성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들었다.




"여성 운동이 어린이 중심으로 했으면 진작 변했을 거예요. 아이들 프로그램을 하니까 엄마들이 더 많이 변해요. 아이들 키우면서 사회 의식을 갖게 되는 거죠. 여성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보며 나는 사회학자로서 새로운 전망이 생겼어요." 도서관 곳곳에는 귀여운 동물 그림이 붙어 있다. 그게 모두 엄마들 작품이라고 자랑한다. "처음 진해에 와서 여성 단체 사회교육 프로그램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와요. 그런데 도서관을 열어보니 정말 상상 밖으로 엄마들이 열성이에요. 지금 여기 주부 자원 활동가가 160명이에요."




여성 운동의 실천에 뛰어든 계기를 물었다. 목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시대 목회활동을 하며 불우한 여성들을 보살폈습니다. 성경학교 보내서 전도사 만들거나 재혼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불우한 여성들을 위해, 교육이나 사회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친 이약신 목사는 평북 정주 출신으로 일제 치하 민족 교육의 본산이었던 오산학교를 나와 평양신학교를 졸업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와 오산학교, 평양신학교 동기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는 친구 주 목사를 따라 마산에 정착했고, 고아와 홀어머니를 위한 보육시설 '희망원'을 운영했다.




"미국 유학 중 6·25 전쟁이 났어요.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 마음 속으로 나라가 분단이 되어도 남쪽만이라도 민주화되면 언젠가는 남북 통일에 여성들이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이끌었던 여성운동은 민주화 운동 그룹과 기독교 여성운동, 지식여성과 여성 노동자 운동을 결합한 새로운 흐름이었다. 이때 활동한 신혜수, 이미경, 장하진, 지은희, 최영희씨 등은 이후 국회와 정부, NGO를 이끌며 '이효재 사단'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단'이라는 말에 크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우리가 군대예요? 사단은 무슨…. 저는 여성운동가들이 진영을 따지지 말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 가난한 아이들 위해 일한 강명순씨가 이번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간 것, 나는 좋게 봅니다. 어디 갔든지 어려운 아이 위해서 일하는 것,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진해를 그는 '어머니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그에게는 제2의 고향이다. 찾는 이 많은 서울을 떠나 이곳까지 온 계기가 있다. "제가 80년대 초 해직 중 어머니께 점심으로 국수를 삶아드렸는데, 맛 없다고 못 드셔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밥을 차려드린 거라. 그렇게 내가 어머니께 한 게 없어요. 그런데 희망원을 복지재단으로 변경하면서 그 일을 좀 해달라고 해요."




여고생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었다. 남성 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요즘, 여성 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지, 여성 운동이 여전히 필요한지 물었다. "여성이 취업만 많이 하면 여성 발전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여성의 능력은 모성적인 사랑의 힘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남성이 경험하지 못하는 생명 잉태의 경험입니다. 여성학도 여성 운동도 여성의 모성적 능력을 재평가하는 데까지 천착해 들어가야 합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50주년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한국 여성 가운데 대학 졸업 학력이 1%밖에 안 되던 시절, 사회학과가 설치되었다. "김활란 선생님(당시 총장)의 안목이었지요.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전문 분야에서 일할 텐데, 사회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첫 학생을 80명 뽑았습니다." 친일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김활란 선생님은 학교와 YWCA를 존속시켜야 한다며 총독부와 단계적으로 타협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교도 YWCA도 다 폐쇄되었어요. 너무 순진했습니다. 여성 근대화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고, 여성 교육에 선견지명이 있던 분이지요."




지금 그는 '나와 사회학'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가 일경에 쫓길 때 우리 가족도 만주 봉천(지금의 선양)에 달아나 있었어요. 저를 빨리 혼인시켜 집안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청년을 찾아내 약혼 준비를 하는 눈치인데, 제 미래와 꿈을 앗아가는 듯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그 길로 혼자 마산으로 돌아왔어요." 일제 경찰보다 결혼이 더 무서웠다는 이야기다.




그는 "당시 개화여성들은 민족을 위해 살 것이냐, 혼인해서 나를 위해 살 것이냐 선택해야 했다"고 말한다. '사회'란 말이 붙은 건 다 사회주의인 줄 알고 처음엔 사회학 전공을 안 하겠다고 고개 저었던 일부터, 한국사회의 가부장제를 파헤친 가족사회학의 발전, 미국의 실증주의 사회학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가르쳤다며 "죄를 많이 지었다"는 고백까지, 여성으로서 학문과 사회 참여를 해온 역사를 쓴다. 강연은 오후 1시 이화여대 중강당.




진해=박선이 여성전문기자 sunnyp@chosun.com


*연결사이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1/20080511005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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