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어류도감 바탕으로
당시 세태 소개·옛 음식 재현
내달 1일부터 유튜브·라디오
"지방 방송 좀 꺼라!" 이곳저곳에서 갖은 잡담이 난무할 때 분위기를 다잡는 용도로 종종 쓰는 말이다.
중앙집권적인 한국 사회구조에서 지역방송·신문은 변방의 작은 목소리로 폄훼돼왔다. 그러나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촉매제로 역할해 온 지역방송의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 정보를 소개한다.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미디어 비판적 이해 능력)'를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MBC경남에서 11월 1일 첫 방영을 앞둔 12부작 판소리 다큐드라마 '新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PD 정은희, 작가 안민자)는
우리나라 최초 어류도감인 <우해이어보>를 조명한 방송이다.
조선 후기 진동만의 어류와 어로행위·어획 방식·음식문화 등 당시 지역민들의 생활상과 해양문화를 소개한다.
'범 내려온다', '어류도감' 등을 노래한 이날치 밴드 소리꾼 안이호가 어류도감을 판소리로 들려준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진작가인 이상희 씨가 감성돔 식해, 볼락 젓갈 등 200여 년 전 우리 조상 음식을 재현해 보여주고,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19세기 천주교 박해로 유배당한 지식인 삶을 성우 목소리로 전달한다.
어류 소개와 더불어 당시 세태, 200년 전 우리 조상 삶을 엿볼 기회를 제공하는 방송인 셈이다.
우해이어보는 옛 진해(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진북·진전면 일대)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담정 김려(1766~1822)가 1803년 귀양살이를 하던 중 만난 물고기, 어촌계 일상문화를 기록한 책이다. 200여 년 전 옛 진해 지명이 '우해(牛海)'다. '우해에서
나는 이상한 고기(異魚)의 족보(族譜)'라는 뜻에서 우해이어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 책은 정약전이 펴낸 <자산어보>보다 11년 먼저 제작됐다. <담정유고 潭庭遺藁> 제8권에도 수록돼 있어
<담정집외서 潭庭集外書>라고도 불린다. 책을 펴낸 김려는 1801년 신유박해(申酉迫害·천주교도 박해 사건)에 연루된 이후
옛 진해현 율현천(율티리) 염밭(안밤치) 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매일 아침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밤을 새우고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그는 이상하고 기괴한 물고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이때 확인한 뒤 기록할 만한 것을 함께 채록했다. 그가 기록한 어류 종수는 어류 53종, 갑각류 8종, 패류와 소라류 11종 등 모두 72종이다.
어명·습성·요리법·맛·효능·어획 방식과 사용 어구·당시 풍속 등을 자세히 적었고, 방언으로 알고 있던 물고기 이름 유래나
뜻도 같이 담았다. 예를 들어, 볼락은 '아름다운 비단'을 뜻하는 보라에서 유래했다고 기록하는 식이다.
제작진은 물고기 백과사전인 <우해이어보> 존재를 알리고, 옛 진해 지역 어류 자원과 생활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지역 역사 관심을 끌어내고자 방송을 기획했다. 정은희 PD는 "몇 해 전 창원에서 있었던 200년 전 '감성돔 식해' 재현
소식을 듣고 난 뒤 누가 관련 기록을 남겼을지 궁금해하던 때가 있었다"며 "경남도민일보 연재기사와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의 책을 보게 된 뒤 이를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판단했다. 지역 해양문화 콘텐츠로서 가치를 조명하고자
방송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은 비디오와 오디오 두 형태로 전파를 탄다. MBC경남 공식 유튜브 채널 <엠키타카>(youtube.com/c/MBC경남entertain)와 표준FM 98.9(창원권)/91.1(진주권)㎒에서 만나볼 수 있다.
11월 1일부터 월~목요일 오후 6시 10분에 매주 4회씩 3주에 걸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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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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