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는 창 - 책과 자연이 함께 하는 기적의 도서관]
진해기적의도서관에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다. 이곳에서 봄에는 가족들을 위한
가정의 달 행사를, 단풍드는 가을에는 온 마을이 참여하는 북 스타트 장터가 열렸다.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해 '참 신기하다'고 말씀하신 연못도 있었다. 커다란 잉어들이 헤엄치는 넓은 연못으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는데,
수년 전 메워져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든 도서관 행사들이 취소되고 실내 프로그램 진행마저 제약이 커 다른 시도가 필요했다.
그래서 연못 빈터를 활용한 주말 가족 텃밭놀이를 시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됐다. 주변 논에서 기증받은 벼와
다양한 작물을 키웠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다보니 여러 벌레들이 모여들었다. 병충해로 추수를 못할까 염려했는데
아이들은 벼 잎사귀에 숨어있는 애벌레 잡기를 더 재밌어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도서관 근처 동네아이들도 애벌레 잡기에 적극 참여했고, 친구들과 놀이처럼
접하게 된생태경험은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했다. 자발적으로 텃밭을 돌보겠다는 꼬마 농부들
덕분에 도서관 텃밭은 모두가 함께 돌보는 기적의 텃밭이 되었다. 아파트 단지 옆 도서관에 벼가 자란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방아깨비며 나비, 벌들과 논 메뚜기 한 쌍이 터를 잡아 꼬마 농부들의 관심을 끌었다. 책에서만 봤던 벼꽃도 볼 수 있었다.
더 재미난 일은 매일 텃밭에서 잡은 애벌레를 새 모이통에 뒀더니, 동네 텃새(박새, 동박새, 곤줄박이)에게 맛 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도서관 마당은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나무아래 둔 작은 수반은 무리지어 온 새들이 물마시고 목욕하는 공중목욕탕
역할을 해 즐거움을 줬다. 이처럼 도서관 텃밭은 아이들과 자연이 만나고 교감하는 행복을 선물했다.
뿐만 아니다. 텃밭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탐구환경을 제공했다. 텃밭 귀퉁이에서 사육한 지렁이가 만든 분변토는 훌륭한
거름이 됐다. 얼마 전 지렁이농장에 습기 많은 음식물을 넣은 탓인지 구더기가 가득했다. 고민도 잠깐, 아이들은 구더기를
잡아다 새 모이통에 넣어주며 즐거워했다. 어떤 아이는 파리애벌레 책을 찾아 스스로 탐구하기도 했다.
시키지 않아도 재미와 흥미가 있으면 아이들은 자발적인 놀이와 탐구를 이어간다.
정해둔 결과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과정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즐기며 더 신나게 배우고 익히지 않을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 그 건강함 속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는 도서관 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 출처 : 창원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