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여는 창 - 이이효재, 그 어른의 얼굴 ]

/ 배동순(전 진해기적의도서관 자원활동가 회장)

  내가 그 어른을 처음 뵌 것은 18년 전 즈음이었다. 엄격해보이고 깐깐하고 웃음이란 없어 보이는 목석같은 얼굴을 지닌 분,

나는 그 당시 개인적으로 그 분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때 나는 사십을 갓 넘긴 참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내 최대 관심은 우리 아이 셋을 잘난 놈들로 키우는 것이었다. 고민과 무기력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새로 생긴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자놀이, 할머니가 읽어주는 옛이야기,

성인 합창, 어린이 합주, 인형극 등이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서관 뜰에서는 매년 아이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하는 벼룩시장이 열렸다. 이처럼 도서관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고, 그래서 언제나 활기로 가득했으며,

신나고 즐거웠다.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할머니 이이효재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면 어린이들은 항상 멀리서도 "할머니!"하고 부르며 품에 안겼다.

할머니는 "아이고 예쁜 내 새끼"하시며 자신의 손자마냥 토닥여 주었다. 그 모습은 항상 감동이었다.

진해기적의도서관은 단지 책만 읽는 곳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이상적인 세계,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공동체였다. 엄격하고 목석같은 얼굴을 지닌 그 어른, 이이효재 선생님께서 이 아름다운 기적의도서관을

진해에 건립하고자 팔순의 나이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셨다는 것은 다들 잘 모르고 있다. 선생님께서 평생을 바치신 대부분의

 일들이 우리의 의식을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만든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엄격하고 완고해 보이던 그 얼굴 속에 세찬 비바람에도 바위처럼 단단하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으셨던

그 모습을 품고 계셨다는 것을….

선생님은 귀천하셨어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게하려는 열망은 우리들 마음에 끊임없이 흘러내려갈 것이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 출처 : 창원시보 202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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