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명 : 진해신문
● 일 시 : 2008년 10월 16일(목)
진해기적의도서관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꺼지지 않는 등대 불빛 같은 봉사자들...
진해기적의 도서관
“흠흠, 이게 무슨 향기일까”
어디선가 밤꽃 같기도 하고 아까시꽃 같기도 한 향기가 난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서관 길목에 있는 구실잣 밤나무에 꽃이 피었다. 달작지근하면서도 어찔한 현기증마저 들게 하는 이 향기에 잠시 취한다.
다시 몇 주가 흐르면 바람개비 닮은 하얀 치자 꽃이 오롯이 피어 짙은 내음을 풍긴다. 여름이면 불그스레한 벽 아래 청보랏빛 수국이 산뜻하게 피어 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산처럼 진해 기적의도서관 입구에 핀 꽃들도 도서관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잠시 자연의 해맑은 웃음을 준다. 이렇게 도서관 뜰이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항상 누군가의 손길이 부지런히 가고 있기 때문이겠다.
도서관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서 작은 웅성거림과 조금의 어수선함이 있다. 기저귀를 찬 아가들이 앙금앙금 기어 다니고, 꼬마들은 철없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가끔은 가댁질하며 노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혹시 고즈넉하고 엄숙한 도서관을 상상하고 오신 분들이 있다면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의 도서관이다. 조금 시끄럽고 어지러운 모습, 그것이 어린이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펄펄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릴 때 내 꿈은 등대지기였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자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우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이란 노래 때문이었을 것 같은데 밤바다에서 배를 지켜주는 등대지기가 참 낭만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그 꿈을 이루었다. 수많은 책들로 둘러싸인 도서관이란 섬에서 아이들을 위해 밝게 비추어주는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등대지기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많은 등대지기들이 도서관에는 있다.
도서관의 정원을 가꾸는, 입구에서 정성껏 신발과 가방을 챙기는, 도서관의 환경을 꾸미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자식처럼 보듬는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이 모두 등대지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서관에 오면 외롭지 않다.
가끔씩 도서관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할 때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두바이 도서관처럼 도서관의 한 면이 모두 바다이다.
사람들이 바다에 취해 책을 좀 덜 보면 어떠랴. 바다도 보고 책도 보면서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포그경처럼 세계 일주를 떠나는 꿈이라도 꾼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읽어주기를 할 때마다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기도해본다. 도서관에 오는 수많은 아이들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대 불빛을 벗 삼아 자신의 삶을 잘 헤쳐 나아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