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화

  며칠 전, 어떤 아기 엄마가 열람실에서 널브러진 책을 밟고 다니며 책 고르기에 여염이 없었다. 주의를 주자 대뜸 어이없다는 듯, 웬 간섭이냐는 듯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원래 책이 흩어져 있었어요.’를 또박 또박 잘라서 말했다. 찬바람이 일었다. 몹시 무안하고 민망했다.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 처음 문을 열 때는 독서력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기쁨과 욕구를 불어 넣어 주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나 3년 여 동안 운영하면서 책 읽히는 것 못지않게 건강한 도서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서관이란 지식을 넓히고 지혜를 담으며 공공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예절과 문화를 익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변은 개의치 않고 자기 아이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 준다거나 이 책 저 책 뽑아서 쌓아놓고 아무도 손을 못 대게 하는가 하면, 온 서가(書架)를 폭탄 맞은 것처럼 뒤집어놓은 채 뱀 허물 벗듯이 빠져 나가고 나면 모두가 불편해진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어찌 뒷모습뿐이랴. 부모 특히 어머니의 표정 하나하나 손짓과 동작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의 언어를 바라보면서 느끼고 그렇게 깨달으면서 자란다. 때문에 책 읽으라고,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하는 것만큼 도서관 예절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대국에 들어가는 쟁쟁한 국가이다. 거기에 비해 도서관은 규모나 수효에 있어서 매우 빈약하다. 도서관 역량이 독일의 10%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중진국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곧 도서관 문화가 결손 되었다는 뜻이며 공동체로서의 인격이 덜 세련되고 덜 성숙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라티켓’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라이브러리(library)와 에티켓(etiquette)을 섞은 합성어이다. 조금 유치한 것 같지만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에는 하루 700여명이 복닥대는 우리 도서관에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라티켓을 잘 지키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책 읽는 독서 문화가 꽃피면 좋겠다. (2006.09.02경남 신문 연재)

                                                     이 종 화(진해기적의 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