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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오한숙희 선생-애들아 책과 놀자1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6.09.02.
조회수
6,145
오한숙희 선생-애들아 책과 놀자1
 

오한숙희의 애들아 책과 놀자




지금껏 내가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조리있게 잘하게 되었냐는 것이다. 자녀를 방송인으로 키우고 싶어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필수적이어서, 부부 싸움을 할 때 말이 막혀서 등등 말을 잘해야 할 동기는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이유는 입시에 있다. 대입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논리와 관련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학원에서도 그것이 주요과목이 된 게 현실이고 취업에서도 면접과 구술이 한몫하는 추세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관심일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웅변학원이나 논술학원을 아닌 적이 없다. 오히려 혼자서 책을 많이 읽은 것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했다고 단언한다.


  단칸방에서 사남매의 막내로 자란 나는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이라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저녁마다 언니․오빠들이 펴놓은 밥상 겸용 책상의 한귀퉁이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교과서도 없고 숙제도 없고 학용품이 귀할 때라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나는 ‘서당개 삼년’처럼 어깨너머로 한글을 깨쳐 초등학교 국어책을 6학년용까지 다 외다시피 했다. 어느날 아버지가 사오신 동화책 한권이 나의 구세주가 되었다. 재미없는 국어책을 그것도 눈치속에 흘끗거리던 나에게 구두쇠영감 스크루지와 피노키오 이야기는 그야말로 환상이요, 책읽기의 독립만세였다. 머리맡에 책을 놓고 자다가 동이 트기가 무섭게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 단칸방의 가족 공동 취침 시간은 등화관제만큼이나 엄격했다. 아버지는 생일이나 명절에 선 물로 책을 사주셨는데 특별한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어야 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그 안에 없는 이야기까지 내 상상력으로 추가할 정도가 되었다.




어떻게 최고 수다쟁이 됐냐고요?


아버지가 사준 책 한권이 구세주




  책읽기가 싫증나면 나는 읽은 책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언니 오빠들은 귀따갑다고 인상을 썼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흐뭇한 눈으로(귀가 아니라) 들어주셨다. 동화책에 걸신이 들려 친척집이든 가겟집이든 책만 발견하면 붙들고 집에 올 생각을 안 하던 나에게 ‘대박’이 터졌다. 아버지가 세계동화전집을 사주신 것이다. 열두 권인가 되었고 나라별로 묶인 책 한 권당 열 편이 넘는 동화가 실려 있었던 같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한 학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나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전학을 했다. 같은 인천이었지만 논밭이 있던 외곽에서 동인천역이 있는 번화가의 학교로 전학을 간 나는 첫날부터 주눅이 들었다. 반 배정을 받고 들어간 시간이 오전 10시쯤 되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게 아닌가. 아홉 번째까지 자신있게 받아썼는데 마지막 10번이 ‘할머니가 이야기 주머니를 툭툭 치셨습니다.’였다. 젠장, 도심의 학교는 외곽 학교보다 진도가 무려 3과 앞서 있었던 것이다. 나는 툭툭을 몰라‘뚝뚝’이라고 썼고 다음날부터도 새내기들은 나를 두고 ‘뚝뚝’하면서 막대기 분지르는 시늉을 했다. 소심한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생 역전의 날이 찾아왔다. 선생님이 애들마다 읽은 책의 양을 조사한다는 것이었다. ‘다섯 권 이상’부터 올라가는 손의 숫자가 현저히 줄더니 열 권이 넘어가면서는 몇 명 안 되었고 그 이상이 되자 나 혼자만 남아 선생님은 조사표에 적힌 높은 숫자들을 순차적으로 읽으시고 내손은 계속 올라가는 듀엣이 연출되었다.


  선생님은 약간 의심이 되는지 내게 읽은 책은 책의 제목들을 대라고 하셨고 그 순간 나는 그간 구축해 놓은 동화나라로 들어가 익숙한 주인공들을 마음껏 불러댔다. ‘대충 백 권이라고 하면 되겠네’ 체크를 하시곤 고개를 들어 ‘우리 반에 독서왕이 들어왔네’ 환하게 웃으신 그때부터 나의 신세는 역전되었다. 학교생활은 평탄일로에 들어섰다.




 


                                                   2006년 8월23일 수요일      
           여성학자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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