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보도자료

도서관에서 자란다/이종화(진해기적의도서관관장)-2007년8월29일 수요일 경남신문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7.09.13.
조회수
6,660
 신문명 : 경남신문

날  짜 : 2007. 8. 29(수) 




도서관에서 자란다/이종화(진해기적의 도서관장)




도서관에서 자란다/이종화(진해기적의 도서관장) 처서에 접어들었다. 기온은 아직 30도를 웃돌지만 햇살이 투명해지고 하늘이 한결 높아졌다. 자연의 섭리는 거역할 수 없나보다. 도서관마다 `독서의 달'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고 각 매체마다 도서목록들을 맛깔스럽게 꾸민다. 이처럼 우리는 가을 하면 독서, 독서 하면 가을이라는 연상이 지어져 가을이 되기 무섭게 독서를 권장하는 금언들을 쏟아낸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 이덕무 선생이 제시한 `독서 팔경'에도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 도서관뿐만 아니라 어린이 실(室)이 있는 도서관은 여름방학 내내 북새통을 이루었다. 종사자 모두는 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일에 지쳤다. 물론 책 속에 파묻힌 아이들을 보는 행복의 부피도 그만큼 컸다고 하겠다.


 아이들은 누구나 타고난 잠재력을 맘껏 키우며 자라날 권리가 있다. 이런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지식과 문화를 체험하며 어린이다운 모습으로 어울려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곳이 도서관이다. 진해시와 지역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나선 것도 도서관이 참여와 소통이 있는 지역공동체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증(實證)하기 위해서이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가족 모두의 발길이 도서관으로 향하게 되고 수험생을 위한 독서실쯤으로 여겼던 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과 연관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중 사물 또는 사람과의 거리 조정 능력이 얼마나 소중한가도 체득하는 듯하다. 첩첩이 두른 산의 능선은 멀리서 바라봐야 운치가 있고, 외로운 사람의 눈에 띄는 들꽃은 가까이 다가앉아야 말을 걸어온다는 것. 영웅이나 선지자는 떨어져 있어야 위대해 보이지만 산머루 같은 아가의 눈은 마주 들여다봐야 깊이깊이 동화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덜 실망하고 덜 상처받으며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찻잔 두 개가 놓일 수 있는 탁자만큼의 너비라고 한다. 처음 만나서 소개하고 차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까지는 큰소리칠 일도 인상을 쓸 일도 없다. 애써 예절을 차리고 표정 관리도 하면서 나직나직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앞에 앉은 사람이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의 거리에서는 향수 냄새도 적당하게 은은하고 경박함이 상냥함으로 무뚝뚝함이 과묵함으로까지 비쳐지지 않던가. 청춘 남녀이면 두 찻잔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주 앉던 사이가 나란히 앉는 사이로 바뀌어 가고 찻잔 위에 찻잔을 엎고 밥그릇 위에 밥그릇을 포개어 선반에 가지런히 올려 두고서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싶어진다. 최소한의 거리마저 불편한 일심동체에의 환상이 두 사람을 한 지붕 밑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룬 부부 관계에서도 거리 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대등한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느 한 쪽의 사랑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에만 안주하게 된다면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떠도는, `며느리의 남편을 아직도 자기 아들이라고 착각하는 여자는 바보'라고 하는 우스갯말도 가족 간의 거리 조정을 빗댄 것이라고 하겠다. 부모는 자녀가 온전한 인격체로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보살펴 주고 키워 주는데 만족해야지 결코 자신의 틀 속에 끼워 맞추려 하거나 대등한 관계로 거리를 두는 것에 주저하면 안 된다는 뜻인 것 같다.


 도서관은 책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엮이고 만나는 곳이다. 책을 나누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 존중하고 돌보며 어울리는 거리 조정 방법도 배워 나간다. 함께 책을 펼쳐 토론하고 봉사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 가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타인과의 성숙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진정한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Total : 280개 (page : 13/19)

보도자료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100 진해기적의도서관 신명숙씨 초청 강연(2007년9월19일(수)-경남신문) 진*기적의도서관 2007.09.30 5,919
99 피아노연주 이루마, 마술사 이은결 함께한(진해신문 : 07-09-06 목) 진*기적의도서관 2007.09.13 6,051
98 사랑스런 아이-경남신문(2007년8월20일 월요일) 진*기적의도서관 2007.09.13 6,694
현재글 도서관에서 자란다/이종화(진해기적의도서관관장)-2007년8월29일 수요일 경남신문 진*기적의도서관 2007.09.13 6,661
96 진해기적의도서관 글쓰기 대회 수상자-더좋은신문(2007년8월24일 금요일) 진*기적의도서관 2007.09.12 6,066
95 07-08-27(월) 기적의도서관, 여름방학 행사 '풍성'-진해소식(2007.8.27(월) 진*기적의도서관 2007.09.09 5,889
94 아구할매와 상사화(경남신문-2007년 7월30일(월)) 진*기적의도서관 2007.08.03 7,757
93 진해기적의도서관 청소년을 위한 초청강연(더좋은신문-07/07/20) 진*기적의도서관 2007.08.02 5,629
92 기적의 도서관 '제1회 음악캠프'열려(진해신문-07/07/25) 진*기적의도서관 2007.08.02 6,049
91 '여름방학!도서관 웰빙 독서여행 떠나요' 진*기적의도서관 2007.07.21 6,930
90 초청강연,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 풍성-진해신문(07/07/19) 진*기적의도서관 2007.07.21 8,131
89 인간(人間)이라는 독립어-경남신문(07/06/25) 진*기적의도서관 2007.07.01 7,409
88 기적의 도서관 ‘청소년 독서교실’운영 (진해소식-07/06/25(월) 진*기적의도서관 2007.07.01 6,020
87 진해 기적의 도서관 새단장(07/06/19(화)-경남일보) 진*기적의도서관 2007.06.20 6,127
86 진해기적의도서관 여름학기 개강(경남일보-07/06/12(화) 진*기적의도서관 2007.06.14 6,111
TOP
도서관소개 도서관서비스 책나라열람실 문화행사 참여마당 전자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