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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구할매와 상사화(경남신문-2007년 7월30일(월))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7.08.03.
조회수
7,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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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할매'와 상사화(相思花) - 이종화 (진해 기적의 도서관장)

마산mbc 라디오의 ‘아구할매’를 즐겨 듣는다. 어릴 때 항상 내 편이며 해결사가 되어 주셨던 할머니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아구할매는 언제나 당당하다. 그리고 약자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준다. 5분 정도의 짧은 순간이지만 그것을 듣고 있으면 힘없이 살아가느라 주눅 들었던 어깨에 생기가 실린다. 속 시원히 말할 곳을 찾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구석진 곳의 원망을 대신 쏟아내 주기도 하고 할머니의 약손이 되어 체증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는 인정스럽고 따뜻하게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것을 듣고 있으면 시장 바닥에서 하루 종일 생선 비린내와 사람들의 아귀다툼에 부대끼면서도 올곧은 정신을 바래지 않은 ‘할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아구할매가 우리에게 거침없이 훈계(?)하되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비난에만 거치지 않고 건강한 비판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제작진의 의지와 모두를 아우르려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없는. 어른의 설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어른의 위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 시대이기에 ‘아구할매’가 더욱 인기를 얻는 것일 게다.


해거름에 듣는 ‘아구할매’와 화단에 핀 상사화가 묘하게 어울린다. 상사화(相思花)는 가느다랗고 늘씬한 대궁 위에 연보랏빛 꽃이 서너 송이씩 얹혀 하늘댄다. 이들은 잎과 꽃이 한평생 만나지 못하고 서로 그리워하며 끝까지 살아내야만 하는 꽃이다. 이별을 전제로 하고 태어나는 숙명 때문인지 현란함보다 어딘지 모르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 기다림과 그리움이 응축되어 전분을 만들고 그것이 화공약품이 보편화되기 이전의 우리 문화재를 계승하는데 큰 바탕이 된 것이다.


상사화의 인경에서 뽑은 전분으로 제본을 하거나 표구를 하면 좀이 슬지 않아 수천년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예부터 제지 기술과 함께 인쇄술 표구술이 발달한 사찰(寺刹)에서 각종 탱화나 불경. 그리고 고승들의 영정을 제작하는데 상사화는 귀중한 영물이었던 것이다. 아득한 그리고 찬란한 신라와 백제의 문화가 상사화에 뿌리를 두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윽하고 오묘하다.


모든 꽃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때로는 고귀하다. 동시에 모든 꽃은 쓸쓸하고 가엽다. 외로움이 서리지 않은 곳에 풍성함도 화려함도 없다. 우리의 삶에서도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시련의 과정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시련이란 없다. 차라리 고독으로 빚어낸 정신의 풍요와 기다림으로 숙성한 가슴의 향기야말로 매력이며 개성이다.


우리의 정겨운 ‘아구할매’는 페미니스트이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하늘로 대접받는 남자 앞에서 땅으로 엎드려 지내야 했던 이 땅의 수많은 ‘섭섭이’들이 이나마 사람대접(?)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할매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밟힐수록 일어나는 보리싹처럼 이 땅의 여자들은 박해와 차별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여리듯 강한 상사화다. 그 인고(忍苦)의 힘으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서 지아비와 아들을 지켜냈다.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고. 삯바느질과 행상으로 인재를 길러내고. 가락지를 빼내어 외국 빚을 갚은 것도 여자들이다. 실직한 남편. 풀죽은 남편을 도와 우유 배달을 하고 김밥 장사로, 청소부로 하루 종일 힘이 들어도 자존심 강한 남정네를 위해 내색 없이 저녁상을 차린다. 월급을 쪼개어 적금을 붓고. 허리띠를 조르며 교육에 투자한 여성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은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갈등과 언쟁으로 쟁취하는 우먼파워의 공허함을 뜻하는 말만은 아닐 것이다. 아픈 배를 쓰다듬는 할머니의 약손 같이. 병들고 불안한 사회를 위한 치유의 희망을 이 시대의 여성에게 걸어 본다. 장관. 총리도 나왔으니 여성 대통령도 나올 법하다. 완력과 권위의 남성 중심 사회가 이루지 못한 화해와 평화의 세기를. 상사화 같은 이 땅의 딸들이 이루어내기를 소망한다. 이종화(진해기적의 도서관장)



• 입력 : 2007-07-30 오전 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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