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8년 12월 8일(월)
나폴레옹과 독서
이종화 (진해기적의도서관장)
전쟁 영웅인 나플레옹은 대단한 독서가이기도 하다. 그는 일찍이 한 시대를 이끌어 나갈 통치자는 무예나 기개 그리고 호기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독서를 통해 핵폭탄과 같은 정신의 힘을 길렀을 것이다.
그가 한낱 전쟁광에 지나지 않고 문화를 소중히 할 줄 아는 세련된 무인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이 전쟁을 위해 1798년 영국 본토와 인도의 교통을 단절시키기 위해 이집트로 원정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나일 강 하구의 로제타 마을 부근에서 참호를 파던 한 프랑스 공병이 글자가 새겨진 이상한 돌조각을 발견했다. 공병은 나폴레옹 원정대에 배치된 학술 조사단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확인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로 가져갔다.
검은 돌에는 기원전 196년에 반포된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찬미 행사 규정이 두 종류의 문자로 새겨져 있었다. 이집트 문자와 그리스 문자로 번갈아 새겨진 그 비석의 발견이야말로 이집트 문화를 이해하고 해독하는 열쇠가 되었고 학계의 빛나는 수확물로 손꼽힌다. 바로 유명한 로제타스톤이다. 가끔 도서관에 공부할 공간인 학습실을 마련해 두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을 때가 있다. 애초에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가 학습의 멍에에서 벗어나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지듯이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의 허기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5년 남짓 지나자 그 효과가 나타난다. 개관 초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며 찾아오던 꼬맹이가 초등학교 1~2학년이 되고 그동안 읽은 책들이 1000여권을 훌쩍 넘는 독서광들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책을 읽은 아이들은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될 것이고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힘을 지닌 인품으로 성장할 것이다.
인품이란 단시일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식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을 바탕으로 사물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내면에서 무르익어야 한다. 그때라야 인품은 향기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다. 나폴레옹을 영웅이라고 부르는데 인색하지 않은 것은 격전지에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을 만큼 인간적인 내면의 깊이가 있기 때문일 게다. 누에가 뽕잎을 먹듯 왕성하게 책을 먹어치우는 우리 도서관 친구들이 2~30년 후에 보여 줄 그윽한 인품의 향기를 가늠하는 것도 혼자서 누리는 은밀한 행복이다.
